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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호 회보 활동가 칼럼 - 문수영 : 편리한 삶, 잃어버린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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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91회 작성일 08-03-0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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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삶, 잃어버린 연대>

문수영(통상 단우)

이젠 그다지 춥지 않은 겨울도 안녕, 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네 삶 주변엔 덩치가 작은 가게보단 크고, 높으며, 넓은 가게들이 많아졌습니다. 식당, 장난감가게, 차 마시는 집, 슈퍼 등. 그리고 눈에 익숙한 유명체인점들이 즐비합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실내가 사람들을 유혹하며 저만큼엔 그것들의 대표주자인 대형할인마트(이하 마트)가 환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도시인들은 누구나 마트에 몇 번쯤은 가보았을 것입니다. 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도 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기고 나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큰 광장에 진열되어 있지요. 100원을 넣을 수 있는 짐수레는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크기에 바퀴가 달려 지금도 우왕좌왕 합니다.

다시 마트 입구로 가보겠습니다. 주변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선 대부분 자가용을 타고 주차장으로 진입합니다. 시간과 날짜를 조금이라도 잘못 맞추면 입구에서부터 막히고 어떤 곳은 진입로부터 막힙니다. 여기저기 경적소리가 울리며 짜증내는 소리가 들리네요.
마침 식사시간이라면 넓은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메뉴지만 가격은 조금 높은 음식을 먹은 후, 동전을 넣는 자동차를 탄다며 떼쓰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저기 ‘최저가격, 3개에 천원, 1+1, 특별 세일’ 등이 적힌 상품들을 볼 수 있네요. 싸다고 느껴진 상품들을 잔뜩 짐수레에 싣고 높은 산처럼 쌓인 물건들을 계산대 앞으로 가져가면, 이런 훌쩍 십만원을 넘깁니다. 종이박스나 비닐봉지에 담긴 물건들을 잔뜩 들고 집으로 오면 냉장고와 창고가 배부르다며 흐뭇해 한가요? 그래요, 한 장소에서 다양한 물건을 사들고 오니 편리하고 풍족합니다.

마트를 가기 위해 우린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기도 하지만 때론 사람의 마음도 건드리게 됩니다. 내가 농촌에 살거나 나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트를 가는 것은 참 힘들 것 같네요. 야채코너의 한가운데엔 친환경식품들로 선점되어 있는데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선 비싸지만 결국 짐수레에 담게 됩니다.
잔뜩 사들고 온 음식은 다 먹지 못해 음식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다반사고, 애들을 위해 산 과자, 빵, 유제품들은 아까워서 서둘러 먹게 합니다. 아이들의 피부와 건강은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낮이고 밤이고 언제든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는 나는, 나를 위해 애쓰는 계산원들의 노동 또한 잘 보지 못합니다. 열 시간 이상을 서있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는 그 계산원들의 월급이 내 열 번의 쇼핑가격과 비슷함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빨리 계산하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네요.
또 이런 마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계약직이며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삶임을, 대형마트로 인해 문을 닫는 주변 작은 가게들의 상황은 결국 내 자신, 내 자식들의 삶이 될 수도 있음을 가늠하지 못합니다. 그네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자기와 가정을 지켜온 사람들인데요.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를 뛰어넘어 우주를 넘나듭니다. 어떤 이는 우주선을 만들어 달나라에 있는 토끼를 만나러 가는 우주여행으로 많은 돈을 벌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허나 인간의 상상력으로 24시간 절구통질을 해야 하는 토끼의 고단함을 이해하는 이는 ‘동물학대방지법’을 제정하며 토끼의 아픔에 연대합니다.

도시생활의 총화인 마트는 이제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공존합니다. 그러나 물건이 잔뜩 쌓인 짐수레가 꼬리를 물고 길어질수록 농촌에 사는 어르신들의 삶이, 바코드를 찍어내는 어머님들의 고단한 일상이, 작은 가게라도 열고 싶은 청년들의 미래와 우리 지구의 한숨은 짙어지며 깊어갈 것입니다.

자, 마트에서 찍은 온 카드고지서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 진 것일까요?

덧붙임 : 얼마 전 숭례문 때문에 며칠 동안 난리가 났었다. 이토록 온 국민이 숭례문에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어떤 이는 성토하기도 했으며 어린아이들은 조화를 받치기도 했다. 역사책에서 배운 소중한 우리의 문화재임은 분명하지만 너무 과장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온다. 1년 전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아무 죄도 없이 쇠창살에 갇혀 타죽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제 나라 문화재만 값지고 외국인노동자의 목숨은 하찮더냐는 독기 어린 말이 슬금슬금 올라오며 우리의 단세포적인 연대의식이 떠오를 뿐이다. 서울시장 시절에 문화재 개방만 했지 방재 대책을 세우지 않아 책임져야 할 이명박 당선인은 되려 국민성금을 운운하더라.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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